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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에 치닫는 크리에이티브의 횡포

지난 10월 18일, 용산 전자상가 등에 위치한 하드웨어 유통업체로 내용증명 우편물이 다량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리미티드(Creative Technology LTD.)로 하드웨어 유통업체 100여 곳으로 무작위 발송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우편물에 담겨진 내용은 위조품 판매금지에 관한 경고문과 수입 경위에 대한 보고서, 그리고 위조품을 팔지 않겠다는 각서였다.
 
  • 글쓴이 : 몰라(그런거 없음)  
  • 날짜 : [2001-10-20 13:31:18]

  • 크리에이티브, 무고죄를 저지르는가
    우편물에 쓰여진 내용은 크리에이티브에서 제조하는 몇몇 사운드카드의 위조품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수신인이 이와 같은 위조품을 수입,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은 위조품은 물론, 공식 디스트리뷰터가 아닌 수입 경로를 통한 유통 제품까지 모두 유통을 근절시키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담겨있다.

    문제는 이 우편물이 유통업체를 향해 무작위로 발송되었다는데 있다. 내용에 따르면 수신인은 이미 크리에이티브에서 규정하는 위조에 대한 범죄행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유통업체를 향해 무작위로 발송된 만큼 수신인은 전혀 의식하지도 않은 엉뚱한 죄목을 덮어쓰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이 우편물은 무작위로 선정된 수신인을 당연히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첨부된 보고서와 각서를 1주일 이내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담고 있다.


    어떤 근거로 발송된 우편물인가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카드를 제 3자가 제조, 유통시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크리에이티브의 음원칩만 따로 사들여서 제조단가가 싼 중국에서 사운드카드를 만들어 다량으로 유통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정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편물을 받은 유통상이 해당 제품을 수입, 유통시켰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이다. 소위 말하는 벌크 제품, 즉, 디스트리뷰터인 제이씨현을 통하지 않은 그레이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부지기수다. 이들 제품은 제이씨현에서 공급하는 제품보다 값이 낮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조립 시스템을 판매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다. 따라서 벌크가 아니더라도 공식 채널을 통하지 않은 제품을 수입하는 유통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아닌 다른 유통업체에까지 이와 같은 경고성 우편물이 날아들었다는데 있다.

    붉은 밑줄 부분에서 크리에이티브가
    수신인을 모두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편물의 내용을 통해 추론한 바에 따르면 수신인이 문제의 제품을 수입, 유통시켰다는 근거는 없다. 우편물에 첨부된 보고서에는 올해 들어 위조품을 취급한 일이 있는가를 시작으로 직접 수입 여부, 제조사나 수입사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 매입, 매출, 재고내역까지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어디서 얼마나 문제의 제품을 수입해 유통시키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우편물이 크리에이티브에서 공식 발송되었다는 전제를 두고 본다면, 크리에이티브의 사운드카드는 제이씨현이라는 업체를 통한 것만 인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공식 입장이 한국 판매는 제이씨현을 통해서만 이라고 한다면 이런 방침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며, 그레이 제품의 유통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편물에 담겨있는 문제는 심각한 횡포라는게 본인의 견해다.

    우선 우편물의 내용은 순서가 맞지 않다. 단지 유통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위로 발송된 이 우편물은 수신인을 모두 범인으로 몰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내용에는 명백한 증거자료 없이 진술만 강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편물은 명백한 근거를 완전히 확보한 후에 근거자료를 기초로 행위가 명백한 대상에게만 발송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이 우편물은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요구사항

    크리에이티브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모아야 했다면 이와 같은 협박성 우편물이 아닌 협조공문을 발송했어야 옳다. 협조공문을 통해 근거자료를 수집한 후 문제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온 근원지로 거슬러 올라가 그 근원지가 되는 수입상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무시하고 무작위로 선정한 유통업체를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거대업체의 횡포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보다 성숙한 유통문화를 원한다
    윈도우즈 제품군을 비롯한 자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불법복제 근절 행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독점자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불법 소프트웨어에 대한 근절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당시 대부분의 벤처기업을 상대로 BSA와 함께 무작위로 유포시킨 경고성 포스터는 이를 받은 벤처기업을 모두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자, 다시 말해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것에 대해 여론의 극심한 저항을 받았으며, 검찰에서 협박죄를 적용하기로 했었다. 당시 MS의 이와 같은 행위는 우편물을 통한 크리에이티브의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에서 요구하는 각서

    모든 일에는 순리가 정도가 있는 법이다. 공식 경로가 아닌 일명 뒷구멍을 통해 이익을 챙기려는 시장은 당연히 사라져야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절차를 밟지 않는 이와 같은 크리에이티브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이들은 범죄자로 취급받은 무고한 유통업체에 대해 우편물의 요구사항을 공식 철회하고, 정식으로 깊이 사죄해야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강자다. 경쟁할 상대가 없는 사운드카드 시장에서 그들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본 크리에이티브의 그릇은 그들의 현재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본다. 크리에이티브는 규모에 맞게 보다 포용력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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